반응형 전체 글36 샤또 발랑드로 2017 보르도 와인의 깊이와 미식의 조화 오래된 와인 셀러를 정리하다 보면 문득 2017 빈티지의 샤또 발랑드로가 손에 잡히곤 합니다. 사실 처음 이 와인을 접했을 때는 그저 화려한 명성에만 눈길이 갔지만, 여러 번 잔을 채우고 비우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이 와인이 가진 진짜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죠. 오늘은 트레이더스에서 데려온 발랑드로 2017과 문래동의 어느 정육식당에서 보낸 근사했던 저녁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그날의 저녁, 콜키지와 한우가 만났을 때좋은 와인은 단순히 잔에 담긴 액체가 아니라 그날의 온도와 공간, 그리고 곁들인 음식과 함께 완성되는 하나의 서사라고 생각합니다.문래동 태양정육식당은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꽤나 알려진 콜키지 프리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와인잔을 챙겨가는 습관이 있지만, 이곳은 매장에서 제공되는 잔의 퀄리티.. 2026. 4. 28. 남은 와인 보관법: 애매하게 남은 한 잔의 생명력을 지키는 법 근사한 기념일에 샴페인을 터뜨리고 나서, 왠지 다 마시기엔 부담스러워 코르크를 억지로 끼워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날 다시 마시려고 열었을 때 그 밍밍한 식초 같은 향을 마주했던 당혹감이란,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죠. 처음엔 단순히 냉장고에 넣어두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며칠 뒤 와인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와인이 공기를 만나 변질되는 구조적 함정와인의 가장 큰 적은 산소입니다. 오픈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산화 과정은 맛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곧 파괴적인 변질로 이어지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와인을 오픈한 후 시간이 지나면 향이 날아가고 신맛이 강해집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파티를 하다가 남은 와인을 그냥 눕혀서 냉장고에 넣어.. 2026. 4. 24. 와인잔 고르는 법: 실전 경험으로 본 잔 선택과 맛의 관계 처음 와인을 시작할 때 다이소에서 산 5천 원짜리 잔으로 비싼 빈티지 와인을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유리만 투명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제대로 된 크리스탈 잔에 같은 와인을 마셔보고 완전히 다른 술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잔의 모양과 두께가 와인의 첫인상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10년 넘게 와인을 즐기며 몸소 깨달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레드와인 잔, 왜 뚱뚱할수록 유리할까레드와인은 공기와 만날수록 떫은맛은 부드러워지고, 숨겨져 있던 복합적인 향이 잔 안에서 피어납니다. 보르도나 부르고뉴 같은 넉넉한 볼 형태의 잔은 단순히 멋을 부리는 게 아니라 와인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보르도 잔과 부르고뉴 잔을 각각 준비해두고 같.. 2026. 4. 24. 씨 스모크 텐 피노누아 2013: 산타 리타 힐스의 정점을 맛보다 처음 씨 스모크(Sea Smoke)라는 이름을 접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부호 밥 데이비스가 1999년 산타 리타 힐스에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본의 힘으로 빚어낸 와인이 으레 그렇듯, 너무 화려하기만 하거나 개성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씨 스모크 텐(Ten) 2013 빈티지는 그런 제 오만함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습니다. 와인의 뼈대를 만드는 10가지 클론의 미학씨 스모크 텐의 정체성은 이름 그대로 10개의 각기 다른 피노누아 클론을 블렌딩하여 완성된 복합성에 있습니다.현장에서 와인을 다루다 보면, 단일 클론의 순수함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블렌딩이 주는 입체감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2026. 4. 23.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