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6 크룩 그랑 뀌베 163 에디션, 숫자가 들려주는 샴페인의 시간 처음 크룩(Krug)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화려한 패키지에 압도되어 병을 열었지만, 잔에 담긴 액체는 제가 알던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의 그것과는 결이 전혀 달랐습니다. 묵직하게 올라오는 토스트와 말린 과일의 향, 그리고 혀를 조여오는 섬세한 산미까지. 샴페인을 단순히 '축하할 때 마시는 술'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크룩 그랑 뀌베 163 에디션은 샴페인도 하나의 완벽한 요리가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였습니다. 단순한 술이 아닌, 시간을 담는 바구니 크룩 그랑 뀌베는 특정 빈티지의 개성을 쫓지 않습니다. 대신 셀러 마스터의 집요한 블렌딩을 통해 매해 가장 균질하고 복합적인 '완벽'을 구현하려는 설립자 조셉 크룩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샴페인을 공부하다 보면 흔히들 '빈티.. 2026. 4. 22. 도멘 미셸 노엘라 샹볼 뮈지니 2021, 이사의 밤을 깨우다 최근 마포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짐 정리로 엉망이 된 새 집 거실에 앉아 남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생한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주고 싶더군요. 이사 첫날 밤, 샹볼 뮈지니의 정취를 담은 도멘 미셸 노엘라 2021을 열었습니다. 사실 레드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 요리를 준비해버린 탓에 초반엔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와인의 결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병을 열기 전,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샹볼 뮈지니와 부조 지역은 지도상으론 가깝지만, 잔 속에 담긴 결과물은 때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곤 합니다.오랜 친구인 둘리님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 바로 샹볼 뮈지니입니다. 저 역시 부조 지역의 와인을 아끼기에 두 지역의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편이죠. 이삿날, 샹볼 뮈지니 2021을 마시기 한 시간 .. 2026. 4. 21. 피에르 지라르댕 본로마네, 직접 경험하며 느낀 부르고뉴의 새로운 물결 처음 피에르 지라르댕의 와인을 잔에 따랐을 때, 가장 먼저 놀랐던 건 그 투명한 루비 빛 속에 담긴 복합적인 향기였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을 즐기다 보면 가끔은 이름값에 가려진 뻔한 맛을 만날 때가 있는데, 2020 빈티지의 본로마네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생산자가 어떻게 이런 세련된 균형감을 만들어냈을까 싶어, 셀러 한구석에 보관했던 이 와인을 열었던 그날 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부르고뉴의 새로운 스타, 피에르 뱅상 지라르댕의 철학피에르 지라르댕은 부르고뉴의 전통적인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그 위에 자신만의 명확한 현대적 색깔을 덧입힌 생산자입니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최고의 파셀을 바탕으로, 그는 스스로를 도멘의 창업자로 정의하며 그 명성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피에르 뱅상 지라르댕의 행.. 2026. 4. 21. 플라워스 캠프 미팅 릿지 샤르도네 2015,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오랜만에 마음먹고 지갑을 열어 18만 원대의 샤르도네를 식탁 위에 올렸던 날이 기억납니다. '플라워스'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 그리고 소노마 코스트라는 산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꽤나 부푼 마음으로 코르크를 뽑았죠. 병을 열기 전, 근사한 안주를 준비하며 혼자 괜스레 들떴던 시간입니다. 하지만 막상 잔을 채우고 한 모금 넘겼을 때, 첫 느낌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첫 잔에서 마주한 화려한 노즈의 실체잔에 와인을 따르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크리미한 요플레 향은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층층이 쌓이는 복합적인 향미가 이 와인의 핵심이죠. 처음 잔에 옮겨 담았을 때는 마치 잘 만든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크리미한 노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보통 저가형 샤르도네에서 느끼는 .. 2026. 4. 20. 이전 1 ··· 4 5 6 7 8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