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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와인이 무조건 비싸고 맛있을까? 빈티지와 유통기한의 진실 몇 년 전, 이사를 마치고 정리하다가 장식장 구석에서 먼지 쌓인 와인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5년 전 선물 받은 2만 원짜리 와인이었죠. 그때는 '오래 묵혔으니 비싸졌겠지'라며 들뜬 마음으로 코르크를 땄는데, 잔에 따라보니 간장처럼 변한 갈색 액체와 시큼한 식초 냄새가 확 올라오더군요. 첫 모금의 당혹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빈티지는 와인의 나이가 아니라 성적표다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인 빈티지는 단순히 만든 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해의 기후 조건이 포도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성적표이자 스펙입니다.많은 분이 라벨에 적힌 숫자가 클수록 숙성 기간이 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빈티지는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뜻할 뿐입니다. IT 기기를 예로 들면 이해가 빠릅니다. 2024년에 .. 2026. 5. 13.
결혼기념일에 마신 루이즈 브리종 아 로브 드 라 꼬뜨 데 바 2017 결혼 18주년을 맞아 평소 눈여겨보던 와인샵 보배로이에서 샴페인 한 병을 골랐습니다. 특별한 날엔 평소보다 조금 더 고민하게 되는데, 이번엔 루이즈 브리종 아 로브 드 라 꼬뜨 데 바 2017이 제 눈길을 사로잡더군요. 사실 샴페인을 고를 때 이름만 보고 덜컥 구매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낭패를 본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세만 믿고 선택했던 과거의 실수를 뒤로하고, 이번엔 빈티지와 생산지의 특징을 꼼꼼히 살피며 선택한 결과가 어땠는지 기록해 보려 합니다. 잔 속에 피어나는 2017년의 풍경샴페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그 해의 기후와 테루아를 마주하는 경험이 시작됩니다. 루이즈 브리종 2017은 첫인상부터가 남달랐습니다. 잔에 샴페인을 채우자마자 풍성하게 솟구치는 버블.. 2026. 5. 13.
Isabelle et denis Pommier Chablis 이자벨 & 드니 뽀미에 샤블리 솔직 후기 평소 퇴근길에 들르는 단골 횟집에서 우연히 꺼내 들었던 와인 한 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자벨 & 드니 뽀미에 샤블리였죠. 사실 샤블리 하면 으레 떠오르는 차갑고 날 선 산미를 예상하며 잔을 채웠는데, 첫 모금에 닿은 질감은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오늘은 이 와인을 직접 경험하며 느꼈던 감각과 실무적인 관점에서 본 샤블리의 매력을 찬찬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전형적인 샤블리인가, 샤도네이의 재발견인가 이 와인은 샤블리 지역의 특징인 강렬한 산미보다는 샤도네이가 가진 다채로운 풍미를 더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 덕분에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잔을 돌렸을 때 올라오는 레몬과 청사과의 향은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 2026. 5. 4.
조셉 파스칼, 뿔리니 몽라쉐 2022와 매운 갈비찜의 의외의 조화 대구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가방 깊숙이 넣어둔 봉산찜갈비의 매운 냄새가 기차 안에서 혹시 새어 나오지는 않을까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와인 셀러를 열었는데, 문득 강렬한 마늘 양념의 갈비찜과 섬세하기로 유명한 뿔리니 몽라쉐를 곁들이면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해졌습니다. 보통은 레드 와인을 택하겠지만, 저는 이날 조셉 파스칼의 2022년 빈티지 샤르도네를 과감하게 꺼내 들었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맵고 강한 양념, 무모한 페어링의 결과뿔리니 몽라쉐 특유의 미네랄리티가 마늘 향과 만나 의외의 감칠맛을 끌어냅니다. 자극적인 양념이 와인을 덮어버릴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순간이었습니다.사실 매운 음식에 화이트 와인을 매칭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방식입니다. 첫 한.. 202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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